안부 편지

힐링캠프 0 1262

문상희 선생님께

 

2~3월의 복수초가 아름다웠던 지리산의 칠선계곡이 떠오릅니다.

잘 지내시는지요?

이곳은 산수유 꽃이 노랗게 물들어가고 있습니다. 봄이 한 발짝 성큼 다가왔네요.

얼마 전 선생님과 통화 할 때 고로쇠 수액이 나오지 않아 주민들의 생업에 어려움이 있다는 말씀을 듣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선생님께서도 지리산 고로쇠 수액을 받기위해 힘든 작업을 하셨는데 보람이 헛되어 어떻게 하냐는 제 질문에 웃으며 말씀하셨죠.

올 해 날씨가 상온이라 수액이 나오지 않은 걸 어쩌겠나, 내년을 기다려야지

제가 속상한 마음에 비용이 많이 들었잖아요.”말씀드리자

작업비용이야 설치를 해 놨으니 어디 가겠는가!

늘 넉넉한 마음과 웃음으로 제가 속상해 하는 마음을 오히려 위로해 주셨을 때 선생님과의 인연을 떠올려 봅니다.

7년 전 지리산 칠선계곡을 찾았을 때 생각나시죠?

혼자 25kg배낭을 메고 선생님을 무작정 찾아갔던 제게 시원한 마천 막걸리 한 잔을 주시며 반겨 주셨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제가 약초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아는 지인이 선생님과는 형, 아우 사이니 찾아가보라며 선생님 성함을 알려주셨죠.

그 땐, 무슨 배짱으로 찾아갔는지 모르겠네요.

그저 산이 좋아 지리산의 품속에서 하룻밤 머물다 갈 생각이었습니다.

만날 인연이라면 만날 것이란 생각도 은연중에 있었나 봅니다.

장군봉을 올라 두지터를 향하는데 칠선계곡의 웅장한 물소리가 제 가슴을 뻥 뚫고 들어와 저를 매료시켜 버리더군요.

하룻밤이 아닌 34일의 여정.

제가 산을 다니며 비박을 하는 이유, 그리고 자연 속에 머무는 것이 좋아 약초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을 말씀 드리자, 흔쾌히 제게 지리산의 많은 친구들을 소개해 주셨죠.

한국의 3대 계곡 중 하나인 칠선계곡은 자연의 모습 그대로 보존 되어있는 아름다운 계곡이었습니다.

설악산의 천불동계곡과 한라산의 탐라계곡도 정말 아름답지만, 칠선계곡은 제게 어머니의 품 같이 따스하게 느껴졌습니다.

아마도 선생님이 계셔서 그렇게 느껴졌나 봅니다.

많은 약초들을 제게 보여주고 알려주니 그저 즐거울 따름이었습니다.

희귀 야생화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어찌나 예쁘던지.

이곳이 천국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하루, 이틀이 지나 눈 깜짝 할 사이에 3일 차 마지막 날 밤이 기억나네요.

마지막 날 밤에 배(잡지사 편집장)선생님과 자기 집 앞에 텐트치고 잔 여자는 처음이라고 너스레를 떨며 웃는 윤기오라버니(펜션사장님)와 함께 지리산의 아름다운 별들을 바라보며 막걸리 한 잔에 많은 이야기를 담았었죠.

이른 아침 박 배낭을 꾸리고 지리산을 떠나기 전 차실에서 차 한 잔을 나누며 선생님께서 제게 하신 말씀이 생각납니다.

자연이 주는 선물에 감사하고 약초를 알아가는 것도 좋지만, 더 이상 깊이 알려고 하지 말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망치로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습니다.

며칠 동안 친절하게 알려주고는 갑자기 떠날 때 그런 말씀을 하다니.

한의사 분이 약초공부를 위해 선생님을 찾았을 때도 약초를 알려주지 않았다고 했는데.

그럼 처음부터 알려주지 말지. 실망스럽고 야속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음부터 오지 말라는 말씀인가?’속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선생님의 말씀이 제게 다른 길을 가라는 뜻으로 받아 들여졌고 자연을 더 깊이 사랑하라는 느낌으로 와 닿았습니다.

저는 지금 자연과 관련 된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선생님 덕분입니다.

제가 불혹의 나이를 넘어 새로운 길을 선택했고 후회 없이 전념할 수 있었던 것은 그때 선생님께서 제게 해주셨던 진정어린 충고 덕분입니다.

젊은 나이에 사업을 했고 부와 성공도 따랐지만, 남에게 사기를 맞는 아픔도 겪고 인생의 단맛, 쓴맛을 경험하게 된 저를 진심으로 격려해 주셨고 응원해 주셔서 지금의 이 자리까지 오게 된 것에 감사드립니다.

일 년에 한 번씩 밖에 찾아뵙지 못해도 계절이 바뀔 때마다 지리산의 귀한 약초들을 보내주셔서 감사히 받기만 합니다.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 지금도 마음 깊이 새겨져 있습니다.

지리산은 아픈 사람들이 많이 오는 곳일세.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내가 가지고 있으니 나눌 수 있어 다행 아닌가!”

그럼 주기만 하면 뭘 먹고 사세요??

웃으며 하신 말씀이 지금도 저를 웃게 하네요.

돈을 받을 사람에겐 많이 받네.”

선생님의 짧은 말 한마디에 저도 용기를 냅니다.

부족하지만 제게도 나눌 수 있는 것이 있어 행복합니다.

아픈 사람들에게 선생님의 귀한 약초는 아닐지라도 마음이 아픈 사람에게 힐링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행복한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주위 사람들이 제게 말합니다.

돈이 되는 일을 하는 거냐고!

예전엔 그랬겠죠. ‘돈이 되는 일을 해야 해라고.

그러나 선생님을 알고부터 제게도 꿈이 생겼습니다.

돈을 보고 사는 삶이 아닌 가치 있는 삶을 살기 위해 더불어 숲이 되자제 모토를 실천하며 살기를 바랍니다. 사람들이 건강하며 행복하기를.

제가 아파봤기에 누군가의 도움이 큰 힘이 되고 인생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선생님의 길을 부족하지만 따르고 싶습니다.

제가 지치지 않고 꿈을 향해 갈 수 있는 건 선생님께서 알려주신 자연의 힘 인듯합니다.

한 겨울을 견디고 흰 눈 속에서 피어난 복수초의 강인함처럼.

빛을 발하는 아름다운 에너지를 많은 사람들과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이렇게 편지글을 쓰다 보니 지리산이 너무 가고 싶네요.

선생님께서 차려주신 봄나물이 넘치는 자연의 밥상이 그립군요.

곰취, 취나물, 방풍나물, 머위, 제가 제일 좋아하는 엄나무 순(개두릅) .

선생님 앞에선 철부지 아이가 된 듯합니다. 마치 엄마에게 밥 차려 달라는 아이처럼.

늘 건강하시기 바라며, 곧 찾아뵙겠습니다.

 

 

2019320

 

선생님을 존경하는 조은정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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